취업규칙 관련 쟁점들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실무적으로는 관할 고용노동청)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에도 역시 신고하도록 규정(근로기준법 제94조)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은 무엇을 의미하고, 취업규칙이 법령과 근로계약 등의 관계에서 어떠한 효력을 갖게 되는지 살펴본 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취업규칙’의 내용과 효력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이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단지 취업규칙에 어떠한 사항들을 기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호 내지 제13호(제12호까지 규정되어 있었으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2019.07.16.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이 추가됨)를 통해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이라 정의(대법원 2004.2.12, 2001다63599)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어느 회사에 입사하여 퇴직하기까지 모든 근로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근로조건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들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둔 사규를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업무의 시작시간과 종료시간, 휴게시간, 휴일, 휴가, 임금의 결정사항, 지급시기, 승급(승진)에 관한 사항, 퇴직 및 퇴직금 관련 사항, 식비나 작업용품의 부담에 관한 사항, 교육에 관한 사항, 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에 관한 사항,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재해(업무상 및 업무외를 모두 포함)부조에 관한 사항, 표창과 제재(징계)에 관한 사항 등이 취업규칙의 주요 내용이며(근로기준법 제93조),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관할 고용노동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는데(근로기준법 제116조 제②항 제2호), 회사의 대표자와 동업자 내지 상법 상 임원을 제외한 상시근로자 수가 10인 이상임에도 취업규칙이 없다면 근로기준법 제93조 위반이 된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모두에게 적용할 준칙을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것이어서 자칫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이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에 체결하는 협약이다)에 어긋나서는 안 되며, 만일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취업규칙이 있다면 고용노동부장관은 그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96조; 이러한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하는 명령을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취업규칙의 효력과 근로기준법 및 근로계약 (유리의 원칙)
취업규칙이 법령에 위반될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변경 명령이 있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강행법률이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은 무효가 된다(근로기준법 제3조).
또한 취업규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준칙으로서(이 점에서 개별 근로자마다 별도로 적용될 수 있는 근로계약과 구별됨),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는 안 되며(근로기준법 제96조 제①항), 개별 근로자마다 달리 적용될 수 있는 근로계약의 내용도 취업규칙에 일부 위반되는 경우 위반되는 근로계약의 규정은 무효가 되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된다(근로기준법 제97조). 물론 근로계약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15조).
즉, 국회가 제정한 법률인 ‘근로기준법’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취업규칙’, 그리고 근로자와 사용자간에 체결한 ‘근로계약’ 중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이 되며,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수 없고(법보다 취업규칙이 더 근로자에게 유리하면 취업규칙은 유효함), 근로계약은 취업규칙에 위반될 수 없다(반대로 근로계약의 기준이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더 유리하면 유효함).
결국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 근로계약 상호간에는 소위 ‘유리의 원칙’이 적용되어, 이 중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겠다.
취업규칙의 신고와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청취
상시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데(근로기준법 제93조), 이 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 노동조합의 의견을,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만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취업규칙의 최초 신고 시에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되므로, 근로자 과반수가 취업규칙 내용에 반대하더라도 얼마든지 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취업규칙을 변경 신고할 때, 특히 기존의 내용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 신고할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과 효력
근로기준법 제94조 제①항 단서에서는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으면 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효력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는 효력이 없으나, 취업규칙의 변경 이후 신규 입사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하게 적용된다는 이른바 ‘상대적 무효설’이라는 독특한 견해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사업장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재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게 되면, 그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는 변경 전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고, 취업규칙 변경 이후 신규 입사하는 근로자들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함으로써,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취업규칙 변경 시 ‘이익’과 ‘불이익’의 구분
취업규칙의 변경은, 노동관계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으로 취업규칙 내용과 일부 맞지 않는 사항이 발생되거나, 사업장 내에서 적용하던 기존의 제도나 규범을 변경하는 경우에 하게 된다.
이 때, 취업규칙의 여러 규정을 동시에 변경하다 보면, 일부 규정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일부 규정은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고, 또 특정 규정이 어떤 근로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되지만, 다른 근로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취업규칙의 변경되는 특정 규정이 근로자 일부에게라도 불이익하게 적용되거나 변경되는 여러 규정 중 대부분은 모든 근로자에게 이익이지만 일부 규정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 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보아,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태도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