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헷갈리기 쉬운 연차휴가
구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주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휴가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급이었던 생리(보건)휴가는 무급으로 전환되었고, 월차휴가제도는 폐지되었으며, 연간 개근 시 10일 부여되던 연차휴가는 80% 이상 출근 시 15일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보통 연차휴가라 하면 무조건 15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글에서는 연차휴가에 관한 사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연차유급휴가제도의 취지와 적용범위
사람은 기계와는 달리 쉬지 않고 일할 수 없다. 충분한 휴식을 통한 최상의 건강 상태에서만이 근로자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근로제공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므로,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는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사업주로 하여금 연차휴가 부여를 강제하고 있다(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다만, 주의할 점이라면, 연차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60조 규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법규정으로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연차휴가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연차휴가일수의 산정(근로기준법 제60조)
연차휴가는 1년 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이 부여된다(제1항). 입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면 15일의 연차휴가가 주어지지만, 과거 주44시간제 적용 당시에 연차휴가와는 별개로 부여되던 월차휴가제도가 폐지되어 1년 미만인 동안에는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이점을 해결하기 위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1개월 개근 시마다 1일의 “연차휴가”를 부여(1개월에 1일씩 부여하지만 이는 월차가 아닌 “연차”휴가이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항).
법 개정 당시에는, 첫 1년이 경과되었을 때 부여되는 연차휴가 15일은, 아무 조건없이 15일이 모두 부여되는 게 아니라, 1년 미만인 동안 사용한 연차휴가일수를 15일에서 공제하고 잔여일수만 부여하도록 규정했었다(개정 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3항). 이로 인해 1년 미만인 동안 매월 1일씩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1년 경과 후, 즉 2년차가 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일수는 고작 3~4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입사일로부터 만 2년이 될 때까지 15일의 연차를 나누어 사용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1년차 때에는 연차가 없다는 말까지 돌았다. 결국 근로기준법을 다시 개정하여, 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3항을 삭제하였고, 지금은 1년 미만인 동안 1개월 개근 시마다 1일씩, 그리고 1년이 경과하면 추가로 15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착되었다.
다만, “연차휴가의 발생 시기”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다른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1년 미만인 동안 1개월 개근만 하면, 2개월차 근무가 있든 없든 무조건 1일의 연차휴가라 발생되었고, 2개월 째 개근하면 3개월째 근무가 전혀 없더라도 다시 1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정확하게 1년 365일을 근무하면 2년차 근무 없이 만 1년 근무 후 퇴직하더라도 15일의 연차휴가를 부여해야 하는데,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 15일의 연차휴가는 모두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그러나 연차휴가는 “지난 기간의 근로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향후 근무하는 동안” 휴가를 사용하도록 부여하는 것이 제도적 취지이므로, 1개월 개근 시 부여되는 연차휴가는 2개월차 첫날 이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부여되어야 하고, 같은 방식으로 1년간 80% 이상 출근하여 부여되는 연차휴가 15일은 2년차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2년차 첫째 날 부여되므로, 2개월차 근무 없이 정확하게 1개월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직원은 연차휴가 1일을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딱 1년(365일)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근로자는 연차휴가 15일이 부여되는 2년차 첫째 날에는 이미 직원이 아니므로 휴가를 부여받을 수 없고, 따라서 그 15일에 대해서는 연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가 대법원의 판단이므로(예를 들어, 2월 1일 입사자는 2월을 개근하면 첫 연차휴가는 3월 1일에 부여되므로 2월 말까지만 근무 후 퇴직하면 연차휴가가 없고, 2월 1일 입사자가 다음 해 1월 말까지만 근무하고 퇴직하게 되면 2년차 근무는 전혀 없으므로 추가 연차휴가 15일은 없다는 의미임) 이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차휴가를 부여받기 위한 기본 요건
입사일로부터 1년이 되지 않은 동안은 1개월 개근 시마다 1일의 연차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1월 1일에 입사하여 1월 한 달 개근하면 2월 1일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 1일이 2월 1일에 부여되고, 2월도 개근하면 또 다시 1일의 연차휴가가 3월 1일에 부여된다. 이렇게 부여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날은, 유급휴가이므로 출근한 것으로 간주되고, 연차휴가 사용 외에 결근이 없다면 다음 달에 다시 1일의 휴가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연차휴가는 모아서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고 매월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사용자는 휴가 부여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입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때부터는, 전년도에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만 연차휴가 15일(또는 근속기간에 따른 가산휴가를 포함한 연차휴가일수)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 이 때 ① 산재로 인해 요양한 기간과 ② 출산휴가 기간 그리고 ③ 육아휴직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 외에 징계로 인한 정직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병가, 휴직 등으로 전년도에 80% 이상 출근하지 못한 근로자는, 입사 1년 미만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1개월 개근 시마다 1일의 연차휴가를 부여받게 된다(근로기준법 제2항, 제6항). 출근율 산정에서의 출근 또는 개근은, ‘만근’과는 다른 개념이므로, 지각이나 조퇴가 있더라도 결근만 없다면 개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가산휴가제도(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
연차휴가는 같은 사업장에서 장기근속하는 만큼 휴가일수가 가산된다. 입사 후 첫 1년이 경과하면 2년차 첫째 날 15일의 연차휴가가 새로이 부여되어 이 15일을 2년차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이후 매년 연차휴가가 부여되는데, 첫 1년 이후 2년이 추가될 때마다, 즉 입사일로부터 만 3년, 5년, 7년... 이 경과될 때마다 1일씩 연차휴가일수가 늘어난다(3년 경과 시 16일, 4년 16일, 5년 17일, 6년 17일, 7년 18일...), 이렇게 매 2년마다 늘어나는 가산휴가를 포함한 연차휴가일수의 상한은 최대 25일이다(제4항).
연차휴가청구권과 연차수당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유급휴가이므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그만큼 수당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는 동안은 수당을 청구할 수 없고(수당을 지급할테니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도 안 됨), 근로자의 휴가사용권이 사라지는 때(연차휴가는 1년마다 부여되므로 다음 연차휴가가 새로 부여되는 날의 전날 또는 퇴직 시)에 비로소 그 때까지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즉, 퇴직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는 근로자는 입사일로부터 첫 1년이 경과하는 시점에 새로운 연차휴가 15일 부여와 함께 처음으로 연차수당 청구권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연차수당도 근로기준법 상 임금에 해당되므로,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할 수 없게 된다(모든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그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촉진 제도(근로기준법 제61조 제1항)
연차휴가는 1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해의 연차휴가가 부여되면서 기존의 연차휴가가 소멸되는데,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는 소멸되지 않고 수당으로 보전받게 된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7항). 연차휴가는 유급휴가여서, 휴가 1일에 대해 ‘통상’ 1일 근무한 것처럼 처리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연차수당 1일분은 1일분의 통상임금(법정근로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8시간분)이 지급된다. 반면에, 사용자가 소위 연차휴가 사용촉진 조치를 취하였고,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휴가사용권이 소멸되는데, 이 때에는 사용자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도 면하게 된다.
사용하지 ‘못’한 경우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의 연차수당 보전 의무를 면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연차휴가의 사용촉진 제도를 준수해야 하는데, 그 요건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입사 후 1년 미만인 상태에서 부여되는 연차휴가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 제61조 제2항에서 사용촉진의 요건을 정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요건이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실무적으로 거의 실효성이 없는 제도이므로, 여기에서는 1년 이상자에 대해 부여된 연차휴가제도의 사용촉진 제도에 한정하여 설명한다).
① 연차휴가 사용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미사용 연차휴가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로 하여금 휴가 사용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② 위 촉구에도 불구하고 촉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미사용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경우 연차휴가 사용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직접 휴가사용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사용자가 위와 같은 연차휴가 사용촉진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연차휴가도 소멸되고 수당도 받을 수 없으니, 연차휴가는 필요에 따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연차휴가의 대체(근로기준법 제62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으면, 특정 근로일에 휴무를 실시하면서 이를 연차휴가의 사용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있다. 이 때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아니라 반드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정해야만 한다. 이 제도는, 설이나 추석 연휴, 기타 다른 휴일과 주말 등 사이에 1~2일의 근무일이 있는 경우(소위 징검다리 휴일),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장 전체가 휴무할 수도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다.
간혹,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아닌 개별 근로자의 동의(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고, 근로계약서에 문구를 삽입하는 방법이 대표적임)만으로 특정 근무일에 휴무를 실시하면서 연차휴가를 대체하여 사용한 것처럼 운용하는 사업장들이 있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개별 근로자의 동의는 연차휴가 대체사용 제도의 요건이 아니므로, 휴무를 실시했더라도 이를 연차휴가 사용으로 볼 수 없고, 연차휴가일수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휴무를 실시한 날에 대해서는 휴업수당(근로기준법 제46조)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